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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빙벽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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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적이다. 이겨내야 한다. 혼자서

 

 

 

다시 한번 눈을 빛내 보이고는 시선을 거둬 가고 있었다

 

 

 

그 잘 아는 점을 십분 활용해서 지섭을 부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섭이란 사내의 깊은 곳에 자리한 불씨 하나를. 아니, 엄청난 폭발력을 끌어낼 수 있는 뇌관 하나를

 

 

 

그래도, 하고 철기는 혼자 중얼거렸다

난, 이긴다.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정신차려, 박지섭

 

 

 

물론 유 하사나 정 병장 등이 더욱 눈을 부릅뜨겠지만 견뎌 낼 자신이 있었다.

 

 

 

여전하군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할 거면 아예 내놓고 하든가, 눈치를 보기 싫으면 숫제 말아 버리든가 하질 못해?

 

 

 

상대가 강펀치를 휘둘러 오면 그것을 피하고 카운터블로를 날리려고 잔뜩 웅크린 권투 선수처럼 자신의 몰골은 우스꽝스러울지도 몰랐다.

오너라

 

 

 

약해지지 마.

 

 

 

자신이 늘 갖고 싶었던 것이 저런 웃음, 저런 목소리, 저런 태도가 아니었던가.

 

 

 

목이 타는 것 같았지만 탁자까지의 거리가 까마득하게만 느껴져서 움직이기 싫었다

 

 

 

장 마담의 목소리엔 흔들림이 없었다.

 

 

 

난 군인을 많이 보아 왔지만... 철기 씨같이 위험해 보이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아니나다를까. 영득이는 이렇게 스스로 굽히고 들어왔다

 

 

 

누가 뭐래도 최근우는 이제 중기 자신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붉으락푸르락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는 양 국장의 곁으로 조정수 또한 아무런 말없이 지나쳐 갔다

 

 

 

여저히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말만은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당차게 던져 오는 조정수였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네 껍데기만 본다고는 생각하지 마. 알겠나? 개중에는 자네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이말이야

 

 

 

또.... 지는 게임을 시작한 건 아닐까?

 

 

 

요즘은 거기 힘들 못 써요. 그 줄은 썩은 줄이라 이거예요.

 

 

좋아요 살아 보겠습니다.

 

 

그 출장에서 돌아오면 자신은 더욱 날 선 칼처럼 되어 있어야 한다고 철기는 생각했다

 

 

그러고는 보다 분명하고 신중하게 모두에게 덤벼들어야만 했다

 

 

마장동 내려서 맥주라도 한잔할까요?

 

 

김중위는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철기 또한 입가에는 웃음을 띠면서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역시 냉랭한 대꾸였지만 미세한 표정의 흔들림을 철기는 놓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을 향해 철기는 중얼거렸다

기다려라

 

 

혼자 똑똑한 척하지 마. 현 소위 속쯤은 나도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앞을 가로막은 크고 작은 의문들을 향해 투지를 불태우면서 철기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확실히 그 사람(장석천)도 정상이 아니지. 원래 그랬어요. 전입 올 때부터 보통사람은 아닌 줄 알았다구

 

 

이 새끼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억,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 왔다

 

 

하나만 더 묻겠다. 저놈보다 내가 먼저 별 달겠지?

 

 

가능한 만큼은 자유로운 군인이 되고 싶어서였죠

그게 가능하더냐?

싸우는 중이죠

그래?

 

 

그때처럼 철기는 외치고만 싶었다

지지 않겠다

 

 

하지만 어떠랴

잘살면 되지

 

 

살아가는 일도 어느 한순간에 새로이 수습하고 다시 시작할 수는 없을까...

 

 

고향임에야 틀림없었으나... 중기에게는 피 터지게 싸우면서 살아가야 할 현장일 뿐이었다

 

 

철기는 소리치고 싶었다

난 해야 합니다! 그 양반이 쓰러져야 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한 마리 뱀처럼 제 몸이 싸늘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차라리 용기라고 해야 옳았다

용서하지 않겠다

 

 

모든 걸 잊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죽음을 각오하고라도 싸워야 했다

 

 

중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언젠가는 내가 너를 보내리라

 

 

하하하, 역시 넌 소문대로구나

 

 

할아버지를 이겨내고 싶으면...극복하고 싶으면 말이지... 그런 자료를 네 힘으로 찾아내라. 알겠니? 내가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너의 방법대로, 너의 자료를 찾아내라는 말이다

 

 

네 힘으로!

넌 더 커야 돼.

 

 

박지섭은 천재에 모범생이 아니라 어딘가에 깊은 상처를 숨기고서 겉으로만 꿋꿋한 체하고 있는 외로운 들짐승임을. 결사적으로 숨기려 드는 그 상처의 일부분을 정우는 보아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버려야 했다. 이제는 정말로 엄청난 것과의 싸움을 위해 떠나야 했다

 

 

꼭 애순이에게만이 아니게 철기는 말했다. 창녀 미희와 온갖 싸움질과 치기 어린 반항들에게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 했다.

 

 

그랬다. 이기기 위해서는 이만한 수모쯤은 견뎌 내야 했다.

 

 

독종... 이기도 하지만, 뭐 이상한 꼴을 보면 참지를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제 몸 아낄 줄은 전혀 모르고.

 

 

보안대장은 막바로 들이대 올 모양이었다. 근우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다. 잘 견뎌 내야 했다.

 

 

서두르세요. 지금은 한 달이 일 년, 아니 십 년 맞잡이 아닙니까? 그런 변혁의 감각을 가지시고...한 달 안에 해결될 걸로 알겠습니다.

 

 

보안대장과 조정수가 똑같이 역겨웠지만 결국은 그들의 더러운 손을 잡을 수밖엔 없었다. 포기할 수 없는 근우 자신의 야망을 위해.

 

 

아나? 하루를 한 달 같이 보내게 해줄 수가 있는 기라.

시정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어디로 떠나려 했던가. 그 결과로 무엇을 얻었는가. 고작 한 노인을 이기고 죽였을 뿐, 여전히 승산없는 싸움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밤은 혼자서 모든 괴로움과 외로움을 이겨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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