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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생애의 발견 - 김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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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결혼과 부부에 대한 많은 글들이 있다. 그 중에는 여성학자가 결혼에 대해 쓴 책도 있고 여류소설가가 부부생활에 대해 쓴 책도 있고 드라마 작가가 외도에 대해 쓴 책도 있다. 공병호씨가 결혼에 대해 쓰는 투와 소설가 김연수가 쓰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딱 '나 사회학자가 쓴 글'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은 것처럼 그렇게 읽혀진다.

 

각 챕터는 인용구로 시작한다. 글 중에서 챕터 맨 앞 인용을 다시 언급하기도 한다. '부부' 챕터의 '그이의 본색이 드러날 때' 꼭지에서는 김수영의 '벽' 중에서와 정희성의 '시인 본색' 두 책에서 두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맨 앞 인용을 글 본문 중에서 짚고 넘어가는 방법이나 챕터 맨 앞 인용구를 두 개 이상 넣는 방법은 새롭게 다가왔다. 인용의 대상도 다채롭다. 책 뿐만이 아니다. 신문기사, 노래 가사, 드라마 대사, 영화 대사 등이 인용되어 나에게는 '너무 인용이 많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이 한 사회의 단편을 잘 드러내주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똑같은 부부생활의 위기라는 주제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 나간다고 할 때, 9시 뉴스에서 다루는 것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 다루는 것에 차이가 있고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에 차이가 있고 남자 감독과 여자 감독이 만든 영화에 차이가 있다. 늘 읽던 여류수필가가 쓰는 투의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느낌을 기대하고 든 이 책은 나에게 추적60분 르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무겁고 건조하게 다가와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통하여 부제이기도 한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리얼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목 : 생애의 발견
저자 : 김찬호
출판사 : 인물과 사상사


목차:

1장 성장과 자립

 

2장 남과 여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사회 재생산의 핵심 기제
유일한 사회적 의례?
결혼산업과 위세경쟁
예의없는 의례
축하는 쉬워도 축복은 어렵다
인간의 긍지 빚어내는 생의 향연


<부부, 사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배운다>
그이의 본색이 드러날 때
부부는 친밀한 적대관계?
표현과 공감의 생태학
듣고 말하고 드러내자
군자의 길로 정진하는 수행의 동반자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짜릿함
비밀을 공유하기에 돈독해지는 유대감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모순과 자기 분열의 굴레
욕망과 감정의 모호한 신호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


3장 양육과 노화

 

 

 


구성:
내가 맡은 3개의 챕터가 있다. 각 챕터에는 5개씩의 소챕터가 있다. 각 소챕터에는 5~6개의 글들이 있다. 어림잡아 75~90편의 글들이 모아져 있다. 각 글들은 작게는 2페이지에서 많게는 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평균 3페이지의 글을 75편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많은 경우 각 글은 인용구로 시작된다. 3페이지 분량의 <모순과 자기 분열의 굴레>편은 장석주의 책 인용에서 시작된다. 영화 <해피엔드>와 <자유부인>의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마지막을 <결혼은 미친짓이다>에 대한 설명으로 마친다.

 

3페이지반 분량의 <욕망과 감정의 모호한 신호>편을 보면 <대학> 인용으로 시작된다. 다음으로 영화 <외출>이 언급된다. 오페라 <타이스>가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 인용,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 영화 중 남자 주인공의 편지 인용 등 해서 6개의 인용이 있다. 3페이지 반에 6개의 인용이 있다.

 

<바깥의 길은 다시 안으로>편을 보면 김용옥과 김우창 글 인용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 와 빅토르위고의 말을 인용하며 마친다. 3페이지 반 분량에 4개의 인용이 있다.

 

인용이나 주석다는 법도 참고할 만하다. *를 이용하여 페이지 하단에 주석을 달기도 하였고 대부분의 인용은 1)로 하여 책의 맨 뒤로 이동, 챕터별로 묶었다.

 

작가 본인의 글이 물론 많지만 여러 소스에서의 다채로운 인용이 1/4 정도 차지하는 책이다.

 

 

 

 

글귀
<결혼식, 경건한 어울림의 예악>
결혼식장이 그렇게 독자적인 공간으로 존재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161예를 들어 돌잔치나 생일파티나 회갑연을 치르지 않았다 해서 나이가 한살 더 많아졌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그런데 결혼식은 다르다. 법적으로 따진다면 혼인신고만 하면 부부로서 자격을 획득하고 관청에 등록된다. 그러나 그 절차만 밟고 결혼식을 올리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부부로 인정받기 어렵다. 162여기서 양쪽 집안은 경쟁하면서도 연합하는 관계가 된다. 양가 모두 대단한 집안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위세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165


청첩장은 초청장과 동의어인데, 고지서처럼 여겨지기 일쑤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아예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넣는 경우도 있다. 하기야 결혼식 참석의 목적이 어차피 축의금 전달에만 있다면, 그렇게 간편하게 주고받는 것이 합리적이리라.167
-> 동감가는 구절

예식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객들은 축의금을 내고 친구와 친지들을 상봉하고 밥을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예식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다. 주례사가 진행되는 동안 옆 자리에 앉은 사람과 잡담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67

-> 관찰력, 묘사가 뛰어나다.


유교전통에서도 제사를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양반다움의 중요한 미덕으로 여겼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의 결혼식은 빈곤하고 무례하기 그지없다. 연회에 아무런 세리머니가 없을 뿐 아니라 잔치의 주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잠간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다. 가족사진 찍고 폐백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168

-> 결혼식 순서도 많이 바뀌었다. 동영상 시청. 신랑 노래 등


전통 결혼식에는 주례나 주례사라는 것이 없었다. 집례자가 예식을 진행할 뿐이었다. 그런데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신식 결혼식이 함께 들어왔고, 선교사들이 그 중간에 설교를 한 것이 주례사의 원형이 되었다. 171

-> 몰랐던 사실에 대한 정보 제공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이라는 책에서 축하와 축복을 대비시키고 있다. '축하하기는 쉬워도 축복하기는 어렵다. 축하는 마음 없이 객관화된 폭죽 터트리기를 하고, 축복은 마음을 다해 주관화된 폭죽 터트리기를 한다.'173


<부부, 사소한 것들의 중요함을 배운다>

연애가 비일상의 운문이라면 결혼은 일상의 산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생활에 부대끼고 자질 구레한 일들에 시달리면서, 연인 시절 가슴을 가득 채우던 낭만의 시적 언어는 빛이 바랜다. 그 때문일까. 시인 김수영과 정희성은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각각 산문과 산문시로 담아냈다. 흥미롭게도 그 두 글에서 본색이라는 말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 맨 앞 인용을 언급하는 법


어느 스포츠신문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결혼한 연예인들의 평균 결혼 유지기간은 약 23개월이라고 한다. 181

-> 어느라고 명확한 인용을 하지 않는 법

 

모처럼 관계의 회복을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 보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오히려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여름휴가가 끝난 뒤에 이혼율이 늘아난다고 한다. 182

 

<외도, 바깥의 길은 어디로>
평온한 일상을 엄습하는 불온한 쾌락의 유혹에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로맨스와 스캔들의 두 얼굴을 가진 외도, 그 험난하고 비좁은 길에서 무엇을 경험하는가. 197


연애와 불륜은 두 남녀 사이의 배타적인 관계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애틋하게 서로를 보살피고 끌러안아 주다가도 돌연 싸늘한 눈초리로 맞서는 감정의 기복 역시 닮은 꼴이다. 그러나 불륜에는 연애와 다른 속성이 있는데,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는 만남이라는 점이다. 198


외도는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어느 날 갑자기 마법에 거렬들 듯 시작된다. 찻잔 속에 태풍이 일어난다. 내 마음 한가운데 그 사람이 가득 들어차고, 그에 대한 애달픈 상념이 넝쿨처럼 뻗어 나간다. 누구도 그러한 충동에서 자유롭다고 안심하지 못한다. 208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 내가 모르는 자아의 영역은 무한하다...감정은 매우 변덕스럽다.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듯 활력과 생동감을 주던 만남도, 부부관계와 마찬가지로, 또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매너리즘에 빠지고 권태에 젖어든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관계는 극도의 혐오스러운 질곡으로 변질된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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